사적 이윤-공동체 선 완벽한 결합
사회적경제에 많은 이가 함께하길
우리는 지금 혼종(Hybridity)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의 학제 간 연구 총서인 <사회적경제의 혼종성과 다양성>(2016)이 화두를 던졌듯, 오늘날 경제는 단순히 이윤이나 복지라는 단편적인 틀로 설명되지 않는다. 정치학, 경제학, 조직생태학, 그리고 지리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문이 교차하며 ‘어떻게 하면 이 복잡한 세상을 더 인간답게 현실화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 다채로운 질문들 사이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인간의 깊은 내면, 즉 ‘심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이타성과 사회적경제’의 연결고리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은 이기적이다’라는 명제 아래 경제를 배웠다.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분투할 때 사회 전체가 풍요로워진다는 믿음은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거대한 축이 됐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타인을 돕고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적경제’는 때로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비치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를 이기심을 가린 위선이라 냉소하고, 누군가는 성인만이 할 수 있는 높은 도덕적 문턱이라며 고개를 젓기도 한다.
하지만, 양극단의 시선을 내려놓고, 인간의 본성이 가진 또 다른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사회적경제는 차가운 이기심의 산물도, 도달할 수 없는 이타심의 영역도 아니다. 오히려 나를 아끼는 마음과 남을 아끼는 마음이 가장 지혜롭게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하는 ‘인간다운 선택’이다.
심리학자 대니얼 뱃슨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행위의 결과가 나에게 이득이 된다고 해서 그것을 과연 이기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누군가 고통받는 모습을 볼 때 우리 마음에는 ‘공감’이라는 정서적 파동이 일어난다.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느끼고, 그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손을 내미는 것. 그 과정에서 나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내면의 평화를 얻는다면, 그것은 이기심과 이타심이 가장 아름답게 결합한 순간일 것이다. 이기심은 이타성을 지속시키는 든든한 연료가 되고, 이타심은 이기심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준다.
사회적기업가 길을 걷는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마음을 하나로 묶는 ‘통합적 사고’의 소유자들이다. 사적인 이윤과 공동체의 선을 별개 문제로 보지 않고, ‘우리’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단순히 돈을 버는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 수식 안에 사람의 온기와 연민을 대입한다. 자신을 ‘타인을 돕는 존재’로 정의하며 스스로 정체성을 바꿔나가는 그 발걸음이, 메마른 우리 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실핏줄을 잇고 있다.
물론 이러한 마음의 꽃은 혼자 피어나지 않는다. 대도시의 화려함보다는 서로 안부를 묻는 작은 마을의 토양에서 이타심의 싹은 더 푸르게 돋아난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사회가 물질의 높이보다 생명의 깊이를 중시할 때, 사회적경제는 비로소 지지 않는 꽃이 될 것이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고 간단하다. 가장 인간다운 것이 가장 경제적일 수 있다는 믿음이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우리의 심장 소리가 ‘이윤’이라는 차가운 수식을 만날 때, 세상은 비로소 변화하기 시작한다. 혼종과 다양성이라는 넓은 품 안에서, 나를 위하는 마음이 곧 우리를 위하는 길이 되는 그 경이로운 연결의 여정에 더 많은 분이 함께해주길 소망한다.
/강보순 거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4418